당구게임 속의 불합리와 불공정을 아시나요?
당구를 사랑하지만,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
당구를 친 세월이 길수록, 우리는 당구를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점수를 매기는 방식도, 게임이 끝나는 방식도, 초구를 놓는 방식도 — 다들 그렇게 해 왔으니까요.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가끔은 질문을 가립니다.
그런데 오래된 게임일수록 그 안에는, 누구도 따져 묻지 않은 채 굳어버린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즐기던 당구게임 속에도 그런 것이 있었습니다. 네 가지의 불합리와 불공정입니다.
'불합리'와 '불공정'은 다릅니다
먼저 두 단어를 짚고 가겠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릅니다.
- 불공정은 기회의 문제입니다. 출발선이 다른 것입니다. 같은 규칙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처음부터 유리한 자리에 서 있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 불합리는 논리의 문제입니다. 규칙이 그 게임의 목적과 어긋나 있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하지?"라고 물었을 때 마땅한 답이 없다면, 그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둘은 따로 놀지 않습니다. 불합리한 규칙이 불공정한 결과를 낳습니다. 기준이 어긋나 있으니, 그 위에서 벌어지는 승부도 한쪽으로 기웁니다. 그래서 문제를 풀려면 증상이 아니라 뿌리를 봐야 합니다.
당구 속에 숨어 있던 네 가지
누빌은 이 뿌리들을 하나씩 찾아냈습니다. 네 가지입니다.
① 실력점수의 불합리성
당구 실력점수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결국 '서로의 인정'으로 정해지니, 동네마다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골프의 80타, 볼링의 175점처럼 어디서나 통하는 숫자가 당구엔 없습니다. 이름조차 제대로 없습니다.
② 만점 없는 게임의 한계
골프·볼링은 만점이라는 기준이 있어 실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구는 만점이 없습니다. 목표 점수만으로는 실력을 정확히 잴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입니다.
③ 게임방식의 불공정
한 선수가 1이닝에 40분을 쓰는 동안 상대는 5분밖에 못 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닝 수로는 똑같이 한 번씩이지만, 실제로 사용한 시간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기회의 횟수가 같다고 해서 기회 자체가 공정한 것은 아닙니다.
④ 초구 · 마무리의 불공정
정형화된 초구 배치는 실력이 오를수록 고수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4구의 마무리 3쿠션 역시 핸디로 맞춰 놓은 균형을 다시 고수 쪽으로 기울게 합니다. 공정하라고 둔 핸디가, 특정 구간에서 무력해지는 것입니다.
발견했으면, 바꿔야 합니다
문제를 아는 것과 푸는 것은 다릅니다. 기존 당구계도 이 불편들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게임의 근본 규칙을 건드리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원래 그런 것'으로 남았습니다.
누빌시스템은 이 네 가지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실력점수에는 객관적 기준(각자에게 25분의 시간)을 세우고, 만점 대신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게임방식과 초구·마무리에서 한쪽으로 기울던 지점들을 걷어냈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즐기던 당구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다시 세운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변화는 거창한 설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불합리와 불공정을 옹호하려면 변명이 필요하지만, 합리와 공정은 그냥 보여주면 됩니다.
기존 당구계가 풀지 못했던 네 가지를, 누빌시스템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는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첫 번째 — 동네마다 다르던 내 실력에 비로소 이름과 기준을 붙여 준 '누빌지수' 이야기부터 풀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