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명이 즐기고 있는데, 왜 아무도 돈을 못 벌까 — 데이터로 본 당구 시장
당구 시장을 몇 주 동안 파고들었다. 공공데이터를 내려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실태조사 보고서를 연도별로 뒤지고, 인허가 대장을 통째로 훑었다. 감으로 알던 것을 숫자로 확인하고 싶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아니, 예상과 정확히 반대인 지점이 여럿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저변은 거대하다 — 이건 확인됐다
당구를 즐기는 인구가 국내에 1,000만에서 1,200만 명 사이로 추산된다. 골프 동호인이 약 386만 명이니, 당구 인구가 골프의 세 배가 넘는다.
당구장 숫자도 만만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구장은 국내 스포츠산업 사업체의 10%가 넘는다. 2018년에는 13.7%까지 갔다. 종합 스포츠시설, 체력단련장, 골프연습장, 수영장 — 그 어떤 단일 업종보다 당구장이 많다. 사업체 수로만 보면 당구장은 한국 스포츠산업의 최대 업종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알던 그대로였다. 당구는 크다. 저변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돈은 안 된다 — 이게 충격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당구장이 스포츠산업 사업체의 10%가 넘는데, 그 매출이 스포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다. 2023년 기준으로 사업체 비중은 10.2%, 매출 비중은 1.3%. 그 격차가 약 8배다. 몇 년 전으로 가면 격차는 더 벌어져서, 2016년에는 15배가 넘었다.

이 숫자를 처음 계산했을 때 나는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사업체는 제일 많은데 매출은 제일 적다니. 스포츠산업에서 개수로는 1등인 업종이, 돈으로는 바닥권이라니. 이유는 단순하다. 당구장 하나가 버는 돈이 적기 때문이다.
실태조사를 보면 당구장 한 곳의 연매출은 약 8,000만 원이다. 하루로 치면 20~30만 원 정도. 영업이익률은 27% 정도니, 사장이 손에 쥐는 건 한 달에 최저 시급 수준이다. 근무 시간을 대입하면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친다. 꾸준하지만 빠듯한 장사. 자본을 크게 넣는 골프장 같은 업종과는 애초에 체급이 다르다.
수는 최다, 돈은 최소. 나는 이걸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저변은 최대인데, 산업으로는 저평가된 시장.
게다가 줄어들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이라도 되면 또 모르겠다. 데이터는 그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인허가 대장을 연도별로 재구성해봤다. 당구장 총수는 2010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해 전국에 약 2만 6천 개의 당구장이 있었다. 그런데 2024년에는 약 1만 6천 개. 14년 만에 만 개, 38%가 사라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렇다. 2008년 무렵 당구장 창업 붐이 있었다. 한 해에 5천 개 가까이 새로 생겼다. 그러다 2011년부터 폐업이 창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과포화된 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편의점이, 치킨집이 겪은 그 사이클이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가 겹치며 폐업이 정점을 찍었다. 2019년 한 해에만 3천 개가 넘는 당구장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지금도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최근 10년(2015~2024)만 따져도 순감소가 6,700개다.

조직화도, 전문화도 멈췄다
한 가지 더. 당구를 가르치는 국가공인 지도자가 전국에 몇 명이나 될까.
1,779명이다. 골프 지도자가 14,398명이니, 당구는 골프의 8분의 1이다. 앞서 봤듯 당구 인구는 골프의 세 배가 넘는데, 가르치는 사람은 8분의 1.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당구의 지도자 밀도는 골프의 약 25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자격이 최근에 생겨서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니다. 지도자 자격의 82%가 2022년 이전에 취득된 것이다. 그러니 최근에는 아예 당구지도자 자격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래된 제도인데도, 그동안 아무도 이 시장을 키우지 않았다는 뜻이다. 천만 명이 치는데, 제대로 가르치는 사람은 이것뿐이다.
그래서 이 데이터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정리해보자. 데이터가 말하는 당구 시장은 이렇다.
- 저변은 국내 최대급이다 (인구 천만, 사업체 비중 10% 이상)
- 그런데 매출은 최소급이다 (매출 비중 1%, 8배 격차)
- 게다가 점포는 줄고 있다 (정점 대비 −38%)
- 조직화도 멈췄다 (지도자는 골프의 8분의 1)
솔직히, 이건 매력적인 시장처럼 보이지 않는다. 줄어드는 시장, 돈 안 되는 업종. 투자자 앞에서 "성장하는 시장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데이터가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숫자들을 정반대로 읽는다.
수요는 죽지 않았다. 천만 명이 여전히 큐를 잡는다. 죽은 건 수요가 아니라 그 수요를 산업으로 바꾸는 장치다. 사업체는 이렇게 많은데 매출은 이렇게 적은 이유, 저변은 이렇게 큰데 돈은 이렇게 안 되는 이유 — 그건 당구의 엄청난 저변을 그냥 방치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방치했다기보다는 빌리보드나 큐스코, PBA, 작당의 경우를 보시다시피 나름의 노력은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들 뭔가 개선을 해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의 개혁이 없는 부분부분의 개선이다보니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당구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실력을 재는 공통의 기준이 없어서다. 실력의 기준이 없으니 이 거대한 당구판을 제대로 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력 기준이 없으니 혼자서는 당구장에 갈 수가 없고, 반드시 아는 사람과 만나야 게임을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게임을 못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대회도 하수들은 참가할 엄두조차 낼 수 없고, 배우고 싶어도 가르칠 사람도 없고, 가르쳐줄 사람들도 자기 실력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거대한 저변이 산업의 가치로 흐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고여 있다.
그러니 이 정체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아직 아무도 그 기준을 세우지 않았으니 기준만 제대로 세우면 판이 열린다는 신호. 점수판을 만든 회사도, 프로 리그를 만든 단체도, 당구장을 예쁘게 바꾼 브랜드도, 정작 그 밑바닥 — 실력의 기준 — 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도 판을 펴고 싶었을 것이다. OS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개 앱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OS가 제대로 없는 시장에서...
저변 대비 이렇게 저평가된 시장은 흔치 않다. 그리고 저평가의 원인이 이렇게 분명한 시장도 흔치 않다. 원인이 분명하다는 건, 해결해야 하는 지점도 분명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실력기준이다.
천만 명이 즐기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 없던 이 시장에서, 나는 그 기준을 세웠다. 누빌앱이다. 누빌앱의 누빌지수와 누빌파워가 그 기준이다.
이 글의 통계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 실태조사(2016–2023),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당구장업, 전국),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지도자 자격취득 현황(2024)을 직접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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