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빌은 대대가 아니라 중대·4구부터 시작하는가
당구 디지털 점수판 시장을 보면 이미 강한 업체들이 있다. 빌리보드, 빌리존, 큐스코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대대 중심의 시장에서 점수판과 경기기록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많은 3구 이용자들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누빌이 이 시장에 들어가 기존 사용자를 빼앗으려 한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에 잘 쓰던 점수판 대신 왜 누빌을 써야 합니까?”
이 질문부터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당구 전체를 놓고 보면 다른 시장이 보인다.
중대와 4구다.
중대는 여전히 많은 당구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대대와 비교하면 디지털 점수판의 보급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다. 특히 4구에서는 아직도 자신의 실력을 ‘몇 점’이라고 말하고, 상대방과 점수를 조정한 뒤 게임을 하는 문화가 강하다.
바로 여기에 누빌이 들어갈 공간이 있다.
누빌은 기존 점수판의 네 번째 경쟁자가 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기존 디지털 점수판 업체들이 강하게 자리 잡은 시장을 당분간 그대로 두고, 아직 제대로 디지털화되지 않은 중대·4구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누빌이 해결하려는 문제도 이 시장과 잘 맞는다.
4구에서 가장 오래된 문제 중 하나가 핸디다.
같은 사람도 어느 당구장에서는 20점을 놓고, 다른 곳에서는 18점을 놓는다. 누구와 치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고, 서로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면 게임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벌어진다.
“저 사람 20점 아니야.”
“나는 원래 여기서 25점 치는데?”
이런 문제는 당구인이라면 낯설지 않다.
누빌은 이 문제를 사람의 주장 대신 실제 게임 데이터로 해결하려 한다.
게임을 하고, 기록을 쌓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력을 측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누빌지수와 핸디가 여러 당구장에서 공통으로 통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여기서는 몇 점 치세요?”라는 질문 대신
“누빌지수가 얼마예요?”
라고 묻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누빌의 초기 목표는 전국의 모든 당구장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것이 아니다.
한 당구장에서 시작해 회원들이 충분한 게임을 하고, 그 주변 당구장으로 확산되고, 한 지역의 여러 당구장에서 같은 실력 기준이 통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국에 누빌 당구장 100곳이 띄엄띄엄 존재하는 것보다 한 지역에 10곳, 20곳이 모여 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 순간 누빌지수는 한 당구장에서만 사용하는 숫자가 아니라 지역에서 통하는 당구 실력의 공용어가 되기 때문이다.
대대 시장은 나중이어도 된다.
중대와 4구에서 충분한 회원과 게임 데이터, 대회 문화가 형성되면 누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대대로 이동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강한 상대의 본진에 들어가 싸울 이유는 없다.
누빌은 경쟁사가 강한 곳에서 싸우기보다, 아직 기준이 없는 곳에서 먼저 기준이 되려 한다.
중대와 4구가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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