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디를 속이면 동호회가 통째로 실격됩니다
## 어느 대회 요강
먼저 규정을 그대로 옮깁니다. 국내 3쿠션 동호인 대회의 「부정 핸디 규정」입니다.
> **부정 핸디 적발 시 당사자 및 같은 동호회 소속 인원 전원 실격 및 몰수패,**
> **상금 미지급, 지급 후 부정핸디 적발 시 상금 전액 회수(미동의 시 접수 불가)**>
> 핸디(인증서), 최근경기기록 확인은 구장 입장 시 출석 체크와 동시 진행>
> 구장에서 사용하던 핸디보다 낮을 시 참가 불가>
> 최근경기 기록 확인 시 신청핸디보다 높은 핸디로 경기한 기록이 없어야 함>
> 빌리존, 큐스코, 빌리보드와 같은 어플로 최근 2달 게임 평균 에버리지로 판단>
> 출석체크시 신분증확인(신분증 지참 必), 기록 50게임 or 2개월이하일 경우 접수 불가
다른 대회 요강들도 결이 같습니다.
> 부정핸디 적발된적이 있어 확실하게 에버 검증하겠습니다>
> 8강 진출자들은 신분증 검사가 있으니 대회때 신분증 지참해주세요>
> 양손 다 치시는 분들은 주력손이 아닌 반대손으로 참가할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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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이 반대입니다
어느 당구장 주인은 핸디를 **못 내렸습니다.** 100판 중 80판을 지면서도, 17점한테 8연패를 하면서도, 당구장 주인의 "자존심의 마지노선"이라며 20점을 붙들었습니다.
대회에서는 정반대입니다. **다들 내리려고 합니다.**
상금이 걸려 있으니까요. 낮은 핸디로 나가면 유리합니다. 그래서 규정이 전부 **내리는 걸 막는 장치**입니다.
> 구장에서 사용하던 핸디보다 낮을 시 참가 불가
같은 사람인데 걸린 게 자존심이면 올리고, 상금이면 내립니다.
**재미있는 건 여기입니다. 자존심으로 올려놓은 숫자가 족쇄가 됩니다.**
내가 동네에서 "나 25점이다"라고 우겨왔으면, 대회에서 20점으로 신고할 수 없습니다. 구장 기록이 25점이니까요. 허세가 부정을 막고 있는 셈입니다.
주최 측은 이걸 알고 이용합니다. **"당신이 필요 없었으면 그 숫자를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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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동호회 전원입니까
이 규정에서 제일 이상한 대목은 이겁니다. 연좌제를 규정해놓은겁니다.
> 당사자 **및 같은 동호회 소속 인원 전원** 실격 및 몰수패
부정을 저지른 건 한 사람입니다. 나머지는 같은 카페에 가입했을 뿐입니다. 그 사람이 핸디를 속였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같이 실격됩니다.
**이건 처벌이 아니라 외주입니다.**
주최 측이 개인을 검증할 수 없으니, 동호회에 감시를 떠넘긴 겁니다. *"당신들이 알아서 단속하시오. 못 하면 다 같이 죽습니다."*
그러니 연좌제는 제도가 엄격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자백입니다.**
검증할 수 있으면 연좌할 이유가 없습니다. 잡으면 되니까요.
## 검증 수단이 무엇이냐면
이 살벌한 규정들이 무엇에 근거하는지 보면 허탈해집니다.
접수 방법은 **문자**입니다. 그리고 첨부하는 것이 —
> 이름/전화번호/핸디/동호회 또는 클럽명/**에버인증캡쳐사진**
**스크린샷입니다.**
앱 화면을 캡처해서 문자로 보냅니다. 위조하려면 5분이면 됩니다. 이미지 편집 앱 하나면 되고, 아예 다른 사람 화면을 보내도 됩니다.
주최 측도 압니다. 그러니 연좌제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증거를 받아놓고, 대신 벌을 무겁게 만드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 종이 위의 50게임
> 기록 50게임 or 2개월이하일 경우 접수 불가
50게임 이상, 2개월 이상의 기록을 요구합니다. 표본이 적으면 에버를 믿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겁니다. 정확한 판단입니다. 그런데 그걸 확인하는 수단이 캡처 사진입니다.
**종이 위의 50게임입니다.**
규정은 50게임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건 "50게임이라고 적힌 이미지 파일"입니다. 둘은 다른 물건입니다.
## 반대손 금지
가장 인상적인 조항은 이겁니다.
> 양손 다 치시는 분들은 주력손이 아닌 반대손으로 참가할수 없습니다
**핸디를 낮추려고 왼손으로 치겠다는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조항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해줍니다. 규정은 언제나 사건 뒤에 생깁니다.
## 그들을 탓할 수 없습니다
이 규정을 만든 사람들을 비웃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가진 수단을 다 썼습니다.** 연좌제, 신분증, 8강 재검사, 상금 회수 동의서, 반대손 금지, 50게임 요구. 하나하나가 지나간 세월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여기까지 온 건 그들이 유별나서가 아닙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자진신고 위에 세운 시스템에서 부정을 막으려면, 결국 서로 감시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인류가 오래 써온 방법이고, 잘 작동한 적은 별로 없습니다.
## 정교할수록
규정을 다시 읽어보면 이상하게 정교합니다. 어떤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게 다 적혀 있습니다. 상금을 이미 줬는데 나중에 걸리면? 회수합니다. 회수를 거부하면? 애초에 접수를 안 받습니다.
**정교함은 자랑이 아닙니다.**
규정이 정교할수록, 그 밑에 있는 구멍이 크다는 뜻입니다. 구멍이 없으면 규정도 필요 없으니까요.
이 판에서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서가 「부정 핸디 규정」이라는 사실.
그게 이 판이 20년간 무엇과 싸워왔는지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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