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에버리지는 왜 당구 실력의 표준이 될 수 없는가
당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실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에버리지를 말한다.
“에버리지가 얼마예요?”
3구에서는 이 에버리지 숫자가 사실상 실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처럼 사용되고 있다.
계산도 간단하다.
에버리지 = 득점 ÷ 이닝
100이닝 동안 80점을 쳤다면 에버리지는 0.8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에버리지 0.8인 사람과 0.5인 사람을 비교하고, 0.8인 사람이 더 실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는 득점이 아니라 ‘이닝’이다
실력을 비교하려면 기준 단위가 일정해야 한다.
100m 달리기에서 1m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1m다.
역도에서 100kg은 누가 들어도 같은 100kg이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A에게 10분과 B에게 10분은 정확히 같다.
그런데 에버리지의 분모인 이닝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닝은 한 번의 실패로 몇 초 만에 끝난다.
반대로 어떤 이닝은 연속으로 여러 점을 득점하면서 상당한 시간 동안 계속된다.
그럼에도 두 경우 모두 숫자로는 똑같이 ‘1이닝’이다.
즉,
1이닝의 실제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이것이 에버리지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다.
나의 1이닝과 상대방의 1이닝도 다르다
문제는 한 사람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A의 100이닝과 B의 100이닝을 생각해 보자.
숫자만 보면 둘 다 정확히 100이닝이다.
그러나 그 100이닝 동안 실제로 사용한 시간도 다르고, 수행한 타구의 수와 경기 과정도 다르다.
다시 말해,
A의 100이닝과 B의 100이닝은 같은 크기의 100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서로 다른 크기의 단위를 분모로 사용해 두 사람의 실력을 비교한다.
측정 기준으로 보면 이상한 일이다.
에버리지는 훌륭한 경기 통계다
그렇다고 에버리지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에버리지는 매우 유용하다.
한 선수가 일정 기간 동안 한 번의 공격 기회에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득점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경기 통계다.
자신의 경기력을 과거와 비교하거나 컨디션 변화를 확인하는 데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것을 넘어 에버리지를 당구 실력 자체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사용하는 순간이다.
에버리지 0.8인 두 사람이 있다고 해서 두 사람의 실력이 정확히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애초에 그 0.8을 만들어낸 분모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값과 표준은 다른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익숙하다는 이유로 에버리지를 실력처럼 사용해 왔고, 에버리지가 실력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통계와 표준(기준)은 다르다.
표준(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누가 사용하더라도 기준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
1m가 사람마다 달라진다면 길이의 표준이 될 수 없다.
1kg이 지역마다 다르다면 무게의 표준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다.
1이닝의 크기가 사람마다, 경기마다 달라진다면 이닝을 기준으로 만든 숫자를 당구 실력의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하기 어렵다.
에버리지의 문제는 계산법이 틀렸다는 데 있지 않다.
계산은 정확하다.
문제는 그 계산의 분모가 절대적인 측정 단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구 실력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준은 무엇인가?
누빌은 그 답을 시간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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